유튜브로 판매한 중고차, 딜러 경험 후기
| 유튜브로 중고차 촬영하는 장면 |
구독자 300명짜리 유튜브 채널을 보고 벤츠 S클래스를 사러 온 사람이 있었다. 중고가 6천만원이 넘는 차다. 나는 24년부터 25년 6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중고차를 유튜브로 팔았다. 다른 딜러들이 매달 수천만원씩 인터넷 광고비를 쓸 때, 나는 돈 대신 카메라를 들었다. 0원으로 시작해서 어디까지 갔는지, 그 과정을 써본다.
중고차 유튜브, 광고비 0원으로 시작한 이유
중고차 딜러들이 인터넷 광고에 쓰는 돈은 상상 이상이다. 엔카, KB차차차 같은 플랫폼에 매물 올리고, 네이버 키워드 광고 돌리고, 블로그 체험단까지 쓰면 월 3천만원에서 4천만원은 기본으로 나간다. 매달이다. 차가 잘 팔리든 안 팔리든 광고비는 빠진다. 매출이 없는 달에도 고정으로 나가는 돈이 그 정도라는 거다. 나는 그 구조가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팔기도 전에 수천만원이 나가는 장사는 남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튜브를 선택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광고비가 0원이니까. 물론 진짜 공짜는 아니다. 돈 대신 시간이 들어간다. 장비라고 해봤자 스마트폰 하나에 삼각대 하나. 거창하게 시작한 게 아니라 진짜 맨몸으로 시작한 거다. 차 한 대를 촬영하는 데 30분에서 40분이 걸렸다. 차를 주차장에서 빼서 깨끗한 장소로 옮기는 것부터 시작이다. 외관을 돌아가면서 찍고, 도어 열어서 실내 구석구석 보여주고, 트렁크 열고, 엔진룸 열고, 주행거리 보여주고, 옵션 하나하나 작동시키면서 찍고. 그렇게 찍은 걸 다시 넣는 것까지 하면 한 대에 30~40분은 기본이었다.
촬영만 하면 끝이 아니다. 편집도 해야 한다. 처음 6개월은 촬영도 편집도 전부 혼자 했다. 프리미어 프로 같은 전문 프로그램을 쓴 건 아니고 간단한 무료 편집 앱으로 했는데, 그래도 불필요한 장면 자르고 자막 넣고 썸네일까지 만들면 영상 한 편에 반나절은 잡아야 했다. 차 팔고, 손님 응대하고, 남는 시간에 영상 만들고.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맞는 건지 확신이 없었다. 유튜브에 중고차 영상 올린다고 누가 보겠나 싶었다. 근데 광고비를 쓸 여력이 없었으니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직접 찍는 것뿐이었다. 돈이 안 드는 대신 시간과 체력이 드는 장사였다.
구독자 300명, 첫 계약이 벤츠 S클래스 6천만원
구독자 0명에서 시작했다. 처음 몇 달은 조회수가 한 자릿수인 영상도 있었다. 10도 안 되는 조회수를 보면서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매물이 들어오면 일단 찍었다. 찍어서 올리고, 다음 차가 들어오면 또 찍었다. 반응이 없어도 꾸준히 올리는 게 유일한 전략이었다. 그렇게 영상을 쌓아가니까 구독자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정말 조금씩이었다. 하루에 한두 명, 어떤 날은 0명.
구독자 300명쯤 됐을 때 처음으로 문의가 들어왔다. 유튜브 댓글로 "이 차 아직 있냐"고 물어본 거다. 그때 기분이 묘했다. 300명밖에 안 되는 채널에서 진짜 문의가 온다고? 근데 문의가 온다고 바로 계약이 되는 건 아니었다. 첫 번째 문의는 가격만 물어보고 끝났다. 두 번째도 마찬가지, 세 번째도 가격 확인하고 연락이 끊겼다. 네 번째는 전화 통화까지 했는데 결국 안 왔다. 다섯 번째 문의에서야 드디어 실제로 매장을 찾아온 손님이 나왔다.
그 손님이 산 차가 벤츠 S클래스였다. 중고가 6천만원에서 7천만원 사이. 구독자 300명짜리 채널인데 수천만원짜리 차가 팔린 거다. 계약서 쓰고 나서 물어봤다. 왜 구독자도 별로 없는 채널을 보고 왔냐고. 그 손님 말이, 영상에서 차를 꼼꼼하게 보여주는 게 좋았다고 했다. 큰 채널은 영상이 너무 광고 같고 과장되어 보이는데, 오히려 작은 채널이 솔직해 보였다는 거다. 그 말을 듣고 좀 놀랐다. 구독자 수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영상에서 차를 얼마나 솔직하게 보여주느냐가 핵심이었던 거다.
6개월쯤 지나니까 혼자서 촬영과 편집을 계속하는 게 한계가 왔다. 차도 팔아야 하고 손님도 응대해야 하는데 영상까지 만들려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직원을 한 명 고용해서 촬영과 편집을 맡겼다. 나는 차 앞에서 설명하는 것만 직접 하고, 카메라 잡는 거랑 후편집은 위임했다. 그때부터 영상 올리는 속도가 확 빨라졌고, 그만큼 매물 노출도 늘었다.
월 500만원에서 1000만원, 구독자 3천명의 현실
유튜브로 중고차를 팔면서 느낀 건, 고가 차종일수록 유튜브 고객이 많다는 거였다. 내가 주로 판 차는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같은 것들이었다. 중고가 6천만원에서 1억 사이. 이 가격대 차를 사는 사람들은 충동적으로 사지 않는다. 몇 주에서 몇 달까지 검색도 하고 영상도 꼼꼼하게 본다. 그래서 유튜브로 차 상태를 자세히 보여주면 신뢰가 쌓였다. 사진 몇 장이 아니라 영상으로 구석구석 보여주니까, 멀리서도 차 상태를 파악하고 방문을 결정할 수 있었던 거다. 이런 고가 중고차를 유튜브 보고 문의하는 고객은 주로 개인사업자들이었다. 법인 리스 끝나고 중고로 넘어온 차를 찾는 사람들, 사업용으로 적당한 연식의 고급차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채널이 자리를 잡으니까 유튜브를 통해 한 달에 4대에서 5대 정도 팔았다. 월 수익으로 치면 500만원에서 1000만원 사이였다. 매달 편차가 있었다. 고가 차가 나가는 달은 1000만원 가까이 벌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만 나간 달은 500만원 수준이었다. 중요한 건 광고에 돈을 안 썼으니까 이 수익이 거의 그대로 남았다는 거다. 직원 인건비 빼면 나머지는 순수익이었다. 다른 딜러들이 매달 3~4천만원 광고비를 쓰면서 비슷한 대수를 파는 걸 생각하면, 수익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구독자는 최종적으로 3천명까지 갔다. 유튜브 기준으로 보면 작은 채널이다. 근데 중고차 판매에서는 3천명이면 충분했다. 10만 구독자 먹방 채널보다 3천명짜리 중고차 채널이 실제 매출을 만들어낸다. 그 3천명이 중고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는 게 핵심이다. 타깃이 정확하니까 숫자가 작아도 전환이 일어났다. 그렇게 1년 반 정도 하다가 25년 6월에 그만뒀다. 채널도 더 키울 수 있었고 수익도 나쁘지 않았지만, 숙소 운영 쪽에 집중하기로 했다. 1년 반 동안 배운 건 하나다. 광고비가 없어도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면 물건은 팔린다. 그게 중고차든 뭐든.